1. 이력만으로는 고객이 경력의 의미를 알기 어렵다
로펌에서 일하다 보면 경력만으로도 눈에 띄는 변호사를 자주 만난다. 법원이나 검찰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변호사, 금융회사와 기업 법무팀을 거친 변호사, 특정 분야의 사건을 꾸준히 맡아온 변호사들이다.
그런데 홈페이지나 법률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그 경험이 프로필 몇 줄로만 소개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력 표기의 예
- 전 ○○법원 판사
- 전 ○○금융회사 법무팀장
- 대한변호사협회 ○○전문변호사
- ○○위원회 위원
좋은 이력이다. 다만 고객이 이 내용을 읽고 자신의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까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금융회사 법무팀장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그 경험이 가족회사 지분이 얽힌 상속 분쟁이나 재산분할을 상담할 때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
변호사 경력을 마케팅에 활용할 때 나는 이 설명에 시간을 많이 쓴다. 전문가가 실제로 해온 일을 확인하고, 지금 의뢰인이 겪는 문제와 관련된 경험을 찾아 의뢰인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소개하는 일이다.
함께 보는 영상 · 15초
원키 X 남는 마케팅
2. 직함과 함께 실제로 해온 일을 설명해야 한다
가정법원에서 오랫동안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 출신 변호사를 예로 들어보자. 프로필에 ‘전 가정법원 판사’라고 적으면 어떤 직책을 맡았던 사람인지는 알 수 있다. 이혼이나 상속 분쟁을 앞둔 고객은 그 경험이 자신의 사건을 맡는 데 어떻게 쓰이는지도 알고 싶을 것이다.
재판부는 어떤 자료를 중요하게 보는지, 당사자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주장 중 법정에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은 무엇인지, 서면과 증거를 어떻게 정리해야 다투는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재판을 맡았던 경험을 이런 질문과 답변으로 풀어내면 고객이 이해할 내용이 많아진다.
이를 콘텐츠로 만들려면 변호사가 실제로 사건을 검토하는 방식을 들어야 한다. 의뢰인의 설명을 들은 뒤 어떤 자료를 요청하는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어떻게 확인하는지, 사건을 맡은 초기에 무엇을 검토하는지 묻는다. 답변을 바탕으로 원고를 구성하면 과거 경력이 현재 업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설명할 수 있다.
금융회사나 증권사, 자산운용사에서 법률 업무를 맡았던 경력도 마찬가지다. 재산 규모가 큰 이혼이나 상속 사건에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지분, 금융투자상품, 빌려준 돈, 신탁재산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런 사건을 맡는 변호사라면 과거 어떤 자산과 거래를 다루었는지, 현재의 재산 문제와 관련된 경험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전 ○○금융회사 법무팀장’이라는 이력 옆에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설명해 두면 고객도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경험을 알아보기 쉽다. 금융회사 근무 경력을 소개할 때 재직한 기관의 이름과 함께 실제 담당 업무까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3. 고객이 자신의 사건에 필요한 경험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변호사 프로필을 읽는 사람은 지금 겪는 문제를 누구에게 맡길지 고민하고 있다. 경력을 살펴보는 동안에도 ‘내 사건과 비슷한 일을 해본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같은 상속 분쟁이라도 가족 간 상속분 협의와 명의신탁, 생전에 증여한 재산, 가족회사 지분을 물려받는 문제, 해외재산까지 얽힌 사건은 확인할 내용이 다르다. 기업 지분이 포함된 재산분할을 준비하는 고객이라면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검토하고 금융자산을 확인해 본 경험에 관심을 둘 수 있다.
소년 보호사건으로 상담을 알아보는 부모에게는 절차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아이와 부모를 어떻게 만나고 상담해 왔는지도 중요할 수 있다. 같은 직함이나 분야를 소개하더라도 고객이 확인하고 싶은 경험은 이렇게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이력을 같은 비중으로 나열하기보다 해당 분야의 고객이 궁금해할 경험을 먼저 소개하려 한다. 프로필에는 주요 업무를 설명하고, 관련 글과 수행사례에서는 그 경험을 자세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 마케터도 변호사가 맡아온 사건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
4. 프로필에 없는 이야기는 변호사와 대화하며 찾는다
변호사의 강점은 이력서만 읽어서는 알기 어렵다. 나는 변호사와 직접 이야기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사건을 많이 맡았는지, 본인이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무엇인지, 사건을 맡으면 무엇부터 검토하는지 묻는다.
변호사에게는 익숙한 업무라 별도로 소개하지 않았던 경험이 고객에게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 예전에 맡았던 사건 이야기를 듣다가 블로그 소재를 찾기도 하고, 특정 자료를 먼저 확인하는 이유를 듣고 홈페이지 소개 문구를 고치기도 한다.
인터뷰에서는 경력의 이름을 확인한 뒤 이런 질문을 이어간다.
“그 경험이 지금 사건을 맡을 때,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쓰입니까?”
특정 사건에서 도움이 됐다는 답을 들으면 당시의 상황을 다시 묻는다. 변호사가 실제로 맡았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자료를 검토했는지,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확인한다. 경력과 수행 경험을 함께 설명하려면 이런 내용까지 알아야 한다.
그다음에는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과 공개할 수 있는 범위를 살핀다. 의뢰인의 비밀이나 사건 당사자를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제외한다. 공개 가능한 이야기를 정리해 프로필을 보완하고, 블로그 글과 유튜브 영상의 주제로 연결한다. 한 번의 대화에서 나온 내용을 매체에 맞춰 함께 기획해 온 방식이다.
5. 경력을 설명할 자료를 여러 콘텐츠에 남긴다
특정 분야의 사건을 맡은 경험은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수행사례로 정리할 수 있다. 상담에서 자주 받는 질문은 블로그에서 다루고, 관련 판례가 나오면 변호사의 해설을 담아 설명한다. 인터뷰나 유튜브에서는 사건을 검토할 때 중요하게 보는 내용을 직접 이야기할 수 있다.
고객이 변호사의 이름을 검색하면 프로필에서 경력을 읽고, 관련 글에서 설명을 더 찾아보고, 수행사례에서 실제로 맡았던 업무와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영상에서는 어떤 말투와 방식으로 상담하고 설명하는 사람인지도 볼 수 있다. 각 콘텐츠에 담긴 내용이 서로 맞아야 한 사람의 전문 분야를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프로필에서 기업 법률 업무 경력을 소개한다면, 실제로 담당했던 기업 자문과 지분 분쟁에 관한 글을 연결할 수 있다. 관련 분쟁을 맡은 경험이 있고 공개할 수 있다면 그 사례도 함께 안내한다. 마케터는 방문자가 어느 페이지에서 읽기 시작하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더 찾아볼 수 있도록 관련 글과 사례를 연결해 두어야 한다.
내가 ‘남는 마케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고를 보고 바로 연락하지 않은 사람이 며칠 뒤 다시 로펌을 검색할 수 있다. 그때 읽을 수 있는 글과 사례, 영상이 남아 있어야 한다. 광고가 끝난 뒤에도 고객이 변호사의 경력과 경험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을 쌓아두는 것이다.
6. 좋은 소개를 쓰려면 마케터가 먼저 알아야 한다
변호사의 경력을 콘텐츠에 활용하려면 마케터가 평소에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 많다. 변호사별 주요 업무, 수행한 사건과 판단 이유, 상담에서 자주 받는 질문, 외부 활동 이력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꾸준히 정리해야 한다. 정보가 부족하면 먼저 질문하고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야 한다.
나는 이 일에서 로펌 마케터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프로필에 적힌 경력의 뜻을 알고 있는지, 그 경력과 관련된 사건 경험을 물어볼 수 있는지, 답변을 들은 뒤 고객이 궁금해할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는지가 글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좋은 경력을 설명하는 데 화려한 수식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해왔는지, 지금 맡는 사건에서 그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정확하게 쓰면 된다. 고객이 자신의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
변호사와 나눈 대화, 확인한 자료, 공개할 수 있는 수행 경험을 하나씩 글로 남기는 일. 나는 로펌 마케팅에서 이 일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쌓인 기록은 고객이 변호사의 경험을 이해하고 상담을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