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았던 '손님의 불편'

최근 우리 로펌 홈페이지의 글 목록을 살피다가 한 화면에서 오래도록 시선이 멈추었습니다.

글 자체는 주제별로 잘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주제에 딸린 글이 아래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주제에 어떤 글이 있는지 보려면 화면을 한참 동안 내려야만 했습니다.

"이 홈페이지를 처음 찾아온 손님이라면 어떨까?"

그 사람이 진짜 찾고 싶어 하는 답이 두 번째나 세 번째 주제에 있다면, 그 목록이 까마득히 아래에 숨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냥 사이트를 나가버릴 것 같았습니다. 원하는 글을 읽기도 전에 답답함을 느끼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든 사람이나 늘 들어오는 변호사는 어떤 글이 어디에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이 조금 불편해도 그 답답함을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하고 절박한 상태로 처음 찾아온 손님의 입장은 다릅니다. 만든 사람의 눈에는 '그동안 열심히 써서 쌓아둔 글의 양'이 먼저 보이지만, 손님의 눈에는 '당장 내 문제를 해결해 줄 글이 눈에 잘 보이는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홈페이지의 글 목록을 살피는 원키

2. 대대적인 공사 대신, 꼭 필요한 부분만 살짝 바꾸기

저는 홈페이지 전체 디자인이나 글씨체, 색상을 싹 다 바꾸는 비싼 공사를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각 주제별로 글을 우선 5편 정도만 깔끔하게 보여주고, 글을 더 읽고 싶은 사람만 '다음 페이지' 버튼을 눌러볼 수 있게 목록이 보이는 방식만 다듬자고 했습니다.

이렇게 화면 배치를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 처음 들어온 손님이 다른 주제의 글까지 한눈에 편하게 둘러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글을 5개씩 나누는 방법' 자체가 특별한 정답은 아닙니다. 핵심은 "지금 방문자가 무엇이 불편한지 정확히 찾아내고, 무리하게 전체를 다 뒤엎는 대신 가장 쉽고 효율적인 보완책을 찾아내는 판단력"에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바꾸는데도 홈페이지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를 잘 알아야 하긴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글 개수를 줄이더라도 검색창에서는 전체 글이 빠짐없이 찾아져야 하고, 글을 다 읽고 다시 목록으로 돌아왔을 때도 손님이 보던 위치가 그대로 유지되도록 세심하게 챙겨야 합니다.

3. '무엇이 불편한지 찾아낸 것'과 '진짜 성과'를 냉정하게 구분하기

이런 보완 작업을 할 때 제가 가장 조심하는 점이 있습니다. '무엇이 불편한지 정확히 찾아낸 가설'과 '실제로 확인된 결과'를 명확히 구분하는 태도입니다.

목록이 너무 길어서 글을 찾기 불편하다는 사실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그 긴 목록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떠났는지, 또 목록을 보기 쉽게 다듬었다고 해서 당장 로펌 상담 문의가 몇 건이나 늘어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바꿔본 뒤에 손님들이 글을 얼마나 오래 읽는지, 문의 버튼을 더 많이 누르는지를 차분히 살펴보고 확인할 일입니다. 짐작과 사실을 구분하는 이 담백한 태도가 마케팅의 실패를 줄여줍니다.

주제별로 글과 자료를 정돈하는 손

4. '새로 만드는 일'에서 '가꾸고 정돈하는 일'로

마케팅을 하다 보면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에 쫓기게 됩니다. 매일 새 글을 쓰고, 영상과 이미지 자료를 기획하고, 새로운 광고 문구를 만듭니다. 저 역시 10년 넘는 시간 동안 그 일에 수많은 에너지를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을 하면 할수록, 이미 만들어 놓은 자료들을 손님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정돈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깨닫게 됩니다.

  • 찾아온 손님이 원하는 글을 막힘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가?
  • 제목을 보고 기대하며 들어온 손님에게 본문이 진짜 알찬 답을 주는가?
  • 글을 다 읽고 난 뒤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바로 문의할 수 있게 연결되어 있는가?

이번에 제가 먼저 손보고 싶었던 본질은 바로 콘텐츠의 '목록 구조'였습니다.

전문가가 정성껏 써둔 수백 편의 훌륭한 법률 글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손님이 가장 편안하게 찾아 읽을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는 일. 이것 역시 글을 새로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마케터의 일입니다.

원키(ONEKEY)에는 앞으로도 이런 실무 판단의 기록들을 솔직하게 남기려 합니다.

일터에서 무엇을 발견했고, 왜 그 해결책을 골랐으며, 적용해 보니 예상과 맞았던 점과 달랐던 점은 무엇이었는지를 숨김없이 기록해 나갈 것입니다.

작은 화면 배치를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로펌의 메시지를 제대로 다듬고, 팀 전체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까지—

원키는 전문가의 진정한 가치가 사람들에게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정직하게 전달되도록 돕는 '남는 마케팅'을 계속해서 증명해 나가겠습니다.

노란 원 안에 생각하는 사람을 그린 원키 일러스트
글 원키 (ONEKEY)